R을 사랑한 느림보 데이터 분석가
직장 일기 #3. 변명 중에도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이다. 본문
변명 중에도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이다. - 토마스 에디슨
23년 9월 4일 월요일
오늘은 뭐 하지... 하면서 무언가 하고 싶었지만 스터디는 하고 싶지 않았다.
무용지물 될까 봐도 있고 연기가 되는 순간 내 마음에 긴장상태의 끈도 같이 놔버렸다.
아 맞다...'뵈요'와 '봬요'.
지난주 금요일 퇴근할 때 회사 직원분과 주고받은 대화 속에서 하나 깨달았다.
난 '뵈요'를 써왔는데, '봬요'였다는 사실을...ㅠㅠ
여하튼 오전에는 내내 크롬에 있는 북마크를 정리했다.
지금까지 구글링 하면서 정신없이 추가했던 여러 URL이 R, Python, GIS, SQL, PowerBI와 같은 코드 예시 블로그 글이 난무했고, ML/DL 관련 개론적인 글이며 코딩테스트, 교육, 데이터 관련 사이트들이 마구잡이로 있었다.
오후에는 팀프로젝트 동료들과 커피와 대화로 시간을 보냈고, 그 대화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다들 너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는 것. 설령 행동이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마음 쓰는 것이 꽤 고단하고 부단히 노력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국사회는 너무 열심히 살아. 보는 내가 안타까울 정도로. 근데 나도 그 경쟁에 뒤쳐질까 봐 천천히라도 가고 있다는 것.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고 사무실로 돌아와 열심히 독서를 했다.
책 이름은 '왜 일하는가'
뻔한 이야기일 거라, 회의적인 생각을 품고 읽어보다 반성하게 되었다.
'소소한 일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동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지. 단조롭고 반복적인 우리의 연구를 지치지 않고 계속해나가려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뻐할 줄 알아야 해. 그 기쁨과 감동이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법이니까.'
반복적인 일이 지겹다고 느낄 때마다 재밌는 일, 새로운 일을 물색하던 내가 세상을 너무 차갑게만 바라본 것 같았다.
작은 것에도 기뻐할 줄 아는 것.
아기들은 모든 순간이 새롭고 흥미롭고 행복하고 웃음 나는 일들뿐인데, 인생 다 산 사람처럼 반복적인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다녔다. 일부러라도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려고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
이렇게 직장 일기를 쓰다 보면 지겨워서 멈추겠지? 했다가 저 책을 읽다 보니 쓰고 싶어서 이렇게 끄적끄적 직장 일기를 써본다.
23년 9월 5일 화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버렸다. 퇴근 후에 'SQLD 공부해야지' 해놓고 맛난 저녁 먹고 심신이 해이해져 일찍 자버렸다.
일찍 일어난 김에 일찍 출근해서 아침에 공부를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출근을 했고 나름 쾌적한 2호선을 마주하고 사무실로 왔다. 문제 몇 개 정도 보다가 끝이 났지만 확실히 아침에 공부하려고 계획하고 실천까지 가는 것과 저녁에 공부하려고 계획 후 실천에는 차이가 있다. 아침엔 작은 의지만 가지고도 할 수 있지만 저녁엔 큰 결심을 해도 몸이 따라주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임에도 저녁에 공부하시는 분들 보면 대단하다. 진심으로.
팀원끼리 잠깐 회의를 거쳐 스터디를 진행하기로 했다. SQLD 공부의 근황을 알리자 책임님이 유용한 자료를 주겠다고 했다. 뭔지 몰라도 일단 받자 싶어 넙죽 받았다. 예전에 ADsP 공부할 때도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주변 환경, 지인이 꽤 중요하다는 것을 이때도 많이 느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글로 풀어보고 싶다ㅎㅎ
파견 갈 사무실에 언제 갈지 모르는 겸 공부도 할 겸 금요일 연차를 신청했으나, 바로 연락이 왔다 내일부터 들어가라고. 그래서 오늘 오후에 짐을 싼다.
점심은 뉴멤버와 먹었다. 단골 야근러? 들과 같은 프로젝트를 맡는 건 없지만 자주 마주치다 보니 자연스레 한두 마디씩 더하게 되고 점심식사 멤버로 초대해 주셨다. 멀리 걸어 나가 맛있는 피자와 열띤 수다를 즐겼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그러다 점심시간 다 지날까 봐 최대한 자제했다.
글 쓰고 기록하고 책 읽고 문구류 좋아하는 것. 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얘기하니까 입이 근질근질하더라.
나에게 던져진 스터디 주제는 랜덤 포레스트.
자격증 공부하고 있다고 하니까 일부러 쉬운 거 던져준 거 같다.
사실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알아서 공부하고 할 거 다 할 건데 잠깐 쉬는 꼴을 못 보는 거 보면 마인드가 확실히 을보단 갑(회사) 마인드가 강하다.
여하튼 엑셀에서 파이썬을 써보려고 체험판 참가자 신청하고 랜덤 포레스트 서칭 중이다. 서칭 하다가 아 챗gpt 하고 검색해 보고 너무 형식적이라 다시 구글링 하게 된다.
지루하고 졸리고 오후 내내 하품과 눈 깜빡이는 것을 반복하면서 랜포를 공부했던 거 같다.
왜 그런 건지 너무 잘 먹어서 그런지 일찍 일어나서 그런 건지 부작용이 점심 이후에 계속되었다 ㅋㅋ
계속 졸려만 하다가 갑자기 5시쯤 피자 먹자고 모두 불렀다. 내일 프로젝트 나가는 기념으로 피자 먹는 거라고 하는데... 왜? 어차피 일하는 건데 왜 피자를 사줘? 일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월급으로 주는 거 아닌가? 이상했다.
여하튼 점심에도 피자 먹어서 안 먹었다.
누군가의 호의는 나에게 거부감이 든다.
23년 9월 6일 수요일
새로운 파견지로 9시 출근. 사무실에 가자마자 휑하고 당장 무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팀원들과 카페에서 커피타임을 즐겼다.
그리고 사무실에 와서 짐 풀고 책상 세팅하고 사업수행계획서 약간 작성하고 끝.
크게 무슨 일이 발생하지 않고 시간만 보낸다면 내 시간은 증발돼버린다.
수요일은 딱 그런 날.
23년 9월 7일 목요일
목요일은 그렇게 되지 않으리 다짐하면서 수요일 퇴근 전에 to do list를 작성하고 퇴근을 했지만 전혀 하지 않았다.
아직까진 프로젝트 초반이라 뭐 하나 시작하지 못하는 느낌. 여전히 산출물이 중점적인 느낌이 강해 뻔하고 지루했다.
사업수행계획서를 작성 좀 해보고 취합한 자료를 가지고 팀원끼리 모여서 생각을 맞춰보는 시간도 가졌다.
점심에는 전무님이 찾아와 점심을 사주셨다. 대화하면서도 사람 사는 얘기하며, 일 얘기하고 담소를 나눴다. 아무리 외적으로 젊어 보인다고 해도 대화를 통해서 마인드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와이프가 아침마다 밥을 차려준다면서 갓 신혼부부가 된 책임님을 놀리는데 심지어 와이프 분이 맞벌이인데 아침밥을 지금도 하신다. 다른 이를 놀리면서 자랑스러워하기보단 본인 욕먹을 거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러 사람에게 모진 말 많이 던지고 간 전무님.
하루가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고 마음만 싱숭생숭해져버렸다.
23년 9월 8일 금요일
오전부터 입에 부스터 달고 열심히 수다수다.
오전에 책임급 이상의 프로젝트 인원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그동안 할 것도 없으니 계속 내리 수다수다.
점심 먹고 돌아와서 책임님에게 간략하게 얘기 듣고 지금 당장 일이 없으니 2시쯤 퇴근하라는 말에 바로 퇴근.
어정쩡한 것보다 이렇게 뚜렷한 게 좋아.
셋째 주 주말
금요일에 일찍 끝났으니 자격증 시험공부해야지 다짐만 하고 집 도착하고 바로 숙면 취했고, 토요일은 SQLD를 벼락치기 단기기억보단 장기기억에 의존해서 문제를 풀 수밖에 없었다. 벼락치기 공부할 시간을 만들지 못했다.
항상 응시할 때는 공부시간 확보할 계획으로 응시하는데 시험 전날 돌이켜보면 왜 응시를 했는지 의문이다.
이상하게 지난 시험에서 1과목만 공부했는데 1과목에서 과락 난 것을 보면 내 벼락치기용 단기기억도 꽤나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 보고 난 후 주변에 시험이 끝남을 알리면 잘 봤냐는 질문을 하는데, 난 매번 잘 봤고 합격할 것 같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정답처럼 보이는 것을 확신하며 찍지, 일부러 불합격하려고 틀린 답을 찍지는 않으니까.
물론 SQLD가 4번째 시험인가? 그러하다.
이번 시험은 시간이 부족했다. 모의고사 푸는 스킬에 능숙하지 못한 채로 풀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객관식도 제대로 못 썼지만 그래도 합격하지 않을까 싶다.
'커리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일기 #5. 멋진 사람이 되세요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는 데에 시간 낭비는 하지 마세요. (0) | 2023.10.03 |
---|---|
직장 일기 #4. 나 아직 한 달도 안 된 동료였다. (0) | 2023.09.19 |
직장 일기 #2.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용지물이 된다. (0) | 2023.09.04 |
직장 일기 #1.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0) | 2023.08.31 |
오늘 면접보고 느낀 생각 (0) | 2023.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