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일기 #1.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불합격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회사에서 오퍼 메일이 날아왔다.
offer 수락에 대한 회신을 달라는 메일이었는데, 저 단어에서부터 느껴지는 전문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그래서 나도 프로이직러?처럼 보이기 위해 오퍼수락메일 내용을 구글링 후 작성하여 보냈다.
메일을 받은 날엔 진짜 하루 종일 고민한다고 놀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심지어 잠에 들지 못하고 끊임없이 고민에 빠졌다.
이직을 여러 번 하는 나는 진로 탐색의 과정 중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부적응자란 생각도 들고, 더 이상 회사를 옮겨 다니는 삶이 아닌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싶어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던 거 같다.
난 매번 회사를 들어갈 때만큼은 최선이었고, 오래 다닐 마음으로 입사해 왔다.
최대한 편견을 갖고 싶지 않았고 SI회사인 전회사에서 사람을 갈아서 돈을 버는 구조에 SI는 가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선입견을 갖고 고민했다.
근데 고민한들 무엇하리.
일단 경험해 보고 방향을 틀어도 늦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3개월이라는 수습기간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회사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사람도 회사를 평가하는 기간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남은 기간을 부모님 뵈러도 갔다 오고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23년 8월 21일 월요일
분위기는 독서실만큼 조용했다. 전체적으로 쾌적하면서도 삭막했다. 그리고 오자마자 10시에 전체회의, 점심시간 동안의 수다, 근로계약서 관련한 미팅, 새로 들어가는 프로젝트 동료와의 미팅.
종일 말하고 듣고를 하다 보니 머리가 터질듯했고, 불안했고, 우울했다.
여기서 공공이 아닌 민간기업의 일을 할 꺼라 생각했는데 또.. 공공이라니란 생각이 들었다가 그래도 경력직을 증명하는 방법인가 싶어서 좋게 받아들여보련다.
그리고... 몹시 강하게 받는 느낌은...
'네가 어떻게 해보는지 지켜보겠어' 잘해봐
이런 느낌이라 부담감, 압박감을 잔뜩 느끼고 왔다.
23년 8월 22일 화요일
아침에 정신수양이 필요했다. 그만큼 첫날에 타격이 컸다. '쫄지마!! 맘에 안 들면 3개월 내로 때려치우면 되지 뭐!'란 가벼운 맘으로 오니까 화요일은 몹시 좋았다.
월요일에 받은 업무를 기분 좋게 폭풍 작업.
그렇게 쪼아댔고, 잘하라고 압박을 주웠으니 내 능력 안에서 잘해야지 했다.
내가 하던 거보다 더 잘하려고 한다면... 그건 맘이 아프고, 먼 훗날 내 몸도 힘들 거 같다.
23년 8월 23일 수요일
아침에 프로젝트팀원끼리 회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많이 써서 크게 output은 없지만, 매를 맞아도 빨리 맞고, 내 역량을 빨리 체크해줬으면 싶고, 내가 가는 방향이 올바른지 확인받고자 작업물을 공유했다.
별 탈 없이 피드백을 줘서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 것 같다.
23년 8월 24일 목요일
'자. 이제 웬만한 내용 이해됐고, 정리도 됐고, 데이터와 코드를 찾아서 베이스코드를 만들어볼까나?'
근데 날 불러서 다른 업무를 맡겼다.
제안 미팅 전에 모델 개발에 관한 내용을 내가 한 번 보라는 것이었다.
분류모델 쓸 것이고, 취업 관련이고, 관련 변수가 뭐 있는지 알아보라길래 제안할 때 어떤 획기적인 사로잡을만한 제안을 할지 얘기해보자고 한다.
난 POC느낌으로 작업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요청서를 출력해서 읽어보고 의도를 파악해 보고, 모델 개발 프로세스를 쭉 적어나가면서, 말이 되는 요구사항이 적혀있는 것인지 확인해 봤다.
갑작스럽게 다른 업무를 시키면서 기한도 없고, 정해진 문서양식도 없고, 무엇을 시킨 것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워 답답하고 짜증이 많이 났다.
23년 8월 25일 금요일
그 회의실에 같이 있던 책임님께 내가 작성한 작업물을 중간 공유했다.
내가 이해한 방향이 맞는 것인지, 맞는다면 내가 작성한 내용이 틀리지 않았는지, 디테일이 부족하지 않은지 피드백 요청 메일을 남겼고, 찾아갔다.
헛다리 짚었다. 책임님은 가볍게 얘기해 줬다. 유사한 모델을 개발한 논문에서 변수를 발췌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
그래서 부랴부랴 하다가 다 못할 것 같아서 급하게 논문 수집을 위주로 했다.
주말에 하려고 우선 퇴근 먼저.
첫째 주 주말
집에서 보니.. 수집해 놓은 논문 PDF 파일을 챙겨 오지 않았다.
일이 하기 싫었나 보다.
급한 대로 리스트업 해놓은 목록을 보면서 조금씩 정리는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