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커뮤니티 회고 - 글또 9기: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
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
글 쓰는 또라이가 누구야?
취준 겸 이직을 위해 즐겨찾기한 데이터 사이언스 인터뷰 질문 모음집 포스팅 글을 찬찬히 읽어보다가 블로그 주인이 궁금해졌다. 취미 블로그를 쓰고 있는 나와는 다른 행보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기술 블로그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제대로 추진해 보지 못한 입장에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 보니 여러 활동을 많이 해왔었고 글또를 운영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그 문구도 몹시 매력적이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도 그러하고, 또라이라는 것 역시 정상인 범주에 벗어나 있단 내 사고로 보아 마음에 드는 단어였다. 조금 더 추적하다 보니 8기, 7기 글이 발행되는 시점이 대략 하반기에 많이 분포되어 있었다. 모집 시기를 확인하고, 안 하던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언젠가 모집할 소식에 대기 타고 있었다.
면접 예상 질문으로 시작한 길잡이가 되어 준 블로그 주인의 행적을 쫓아가고 흉내 내고 따라 하기라도 한다면, 비슷한 환경에 던져놓기라도 한다면, '해보고 싶었던 것'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모집이 시작되었다. 한창 온라인 독서 모임에 기웃기웃거리던 시기라서 고민을 했지만, 쨔샤라는 블로그, 메타몽이란 캐릭터로 브랜딩 한 그 블로그 주인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가게 되었는지 다시 또 궁금해졌다. 연차가 쌓일수록 기술적인 것 외에 다른 것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리더쉽, 운영, 주체적인 행위들을 목격하고 싶었다. 어떻게 저 규모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있는지, 어떤 시스템으로 모임이 돌아가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2023년 11월 13일 글또 9기 지원서를 제출했다.
글또를 시작하는 나의 다짐 3가지
온라인상으로만 글 쓰고 소통하고 키보드만 잘 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OT를 들어보니 할 수 있는 영역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어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했다. 이왕 지원서 쓰고 한 발짝 내딛는 입장에선 글 쓰는 거 말고도 무엇이든 더 해보잔 의욕이 샘솟았다. 기왕 똑같이 시간 들이는 거 다양한 컨텐츠도 즐기면 좋지 아니한가.

지원서를 작성하면서도 '삶의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시간을 들였고, OT 후기 설문을 작성하였다. 기억나지 않지만 노션을 들춰보니 액션 아이템이라고 작성해둔 나의 다짐이 적혀있었다. OT에서 언급했던 노하우나 주의사항을 거의 그대로 잘 따라온 다짐이고 크게 욕심부리지 않는 선에서 작성한 듯하다.
- 일정과 글감 계획을 미리 생각해두고, 글쓰기 모두 완수하기(글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작업은 수정으로 거듭나기)
- 글쓰기 교육, 커피챗과 같은 공식 행사는 꼭 참여하고 슬랙에서 최대한 많은 커뮤니티 누리기(적극적으로!)
- 직무 공부도 열심히하고 타인의 글도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식견넓히기(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타직무의 글도 꾸준히 읽어보기)
글 제출은 알차게, 패스권도 야무지게
대략적으로 글을 올릴만한 컨텐츠를 정했다. 당시 프로젝트에 필요한 개념, 라이브러리/패키지, 알고리즘, 유데미 강의, 글또 회고 이렇게 정했다. 과거에 했던 프로젝트나 여러 정보성 글을 작성할까 싶었지만, 그럼 왠지 과거 자료를 찾아보고 들춰보고 글로 정리하고 그런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거라 제출이 어려울수도 있겠다 싶었다. 현시점에서 습득하고 공부하고 있는 정보를 다시 글로 정리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글을 작성했다.


처음엔 패스권도 쓰지 않겠단 마음가짐으로 글감 리스트를 쭉 작성했다. 첫 글을 제출하고 몇몇분들의 마음가짐. '처음부터 힘빼지 말자'란 말에 공감이 되었고 마음을 바꿨다. 패스권을 안쓰고 모든 글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둘 수 있지만, 패스권 2회라는 주어진 기회를 쓰지 않으면 그게 더 아깝단 생각으로 전환하여 그 2번을 언제쯤 쓸 지 예상해보곤 했다.

그 결과 복지 프로젝트 한 개를 가지고 재현 데이터, 도커, 회고까지 총 6회차에 걸쳐 우려먹을 만큼 우려왔고, 그 뒤로 컨텐츠를 찾아 방황하면서 유데미 강의와 손경제 리뷰를 하게 되었다. 대략 5개월 동안 10건의 글을 발행하였고, 2회를 추가적으로 발행하잔 메타몽님 공지사항을 받아, 현재 작성하고 있는 글이 12회차가 되버릴 예정이다.
계획해둔 글감과는 다르게 알고리즘, XAI는 작성하지 않게 되었고, 다른 컨텐츠를 작성했다. 알고리즘은 공부를 하지 않아 작성하지 않았고, XAI는 내 업무가 아닌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동료의 업무라 크게 관심두지 않아 소홀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프로젝트 중 겪었던 도커 시행착오로 할 말이 많았고, 손경제와 같은 경제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 수준으로 딥페이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를 알려주고 싶었다. 프로젝트 회고는 나름의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고 작성했다. 추후 과거 프로젝트를 역순으로라도 정리해보려 한다.
유데미 강의를 들어볼 기회가 생겨 거기서도 욕심을 부렸다. 수강할 기회가 최대 2개 있는데, '또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겠다' 싶어 2개를 수강신청했다. 이미 질러놨었던 강의와는 겹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업무와는 거리가 있거나 생소한 강의를 신청했다. 이번 수강 기회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면서 데브옵스라는 개발 직무가 배우는 kubernetes 강의와 구연동화로만 들어왔던 강화학습 강의를 신청했다. 쿠버네티스 강의는 끝내 습득하지 못해 질러놨던 다른 쿠버네티스 강의를 선학습 후에 재도전할 생각이고, 강화학습은 그래도 꽤 진도를 잘 쫓아갔기에 실습 위주로 진행해보면 되겠다.
딱 집중해서 글을 작성했던 시간은 평균적으로 4시간 정도 걸렸다. 책상에 앉아 각잡고 글을 쓰기 전에 어떤 글을 담을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 많이 생각해둔 글은 꽤나 구조화가 잘되어 있지만, 급하게 숙제처럼 작성하게 된 글은 어설프게 작성되기도 했다. 책생에 앉아서 집중한 시간은 4시간이였지만, 출퇴근하면서, 근무 중 시간날 때 생각해보면서, 끄적끄적 메모하면서 시간을 들인 것도 합치면 20시간은 넘을 것이다. 내 글의 완성도나 수준은 의외로 많이 발전했다.
내 글을 내가 스스로 다시 점검하면서 피드백하는 식으로 하진 않았다. 글또 활동 중 큐레이션에 선정된 글들을 보고 어떤 목적의 글이냐에 따라 문체, 구성 등 어떤 식으로 작성되었는지 체감적으로 느끼면서 따라해봤다. 마지막에 내용을 다시 언급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았고 티스토리 초보자에게 기능적으로도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여러 글을 눈으로 자주보면서 체득해보려고 한다.
커뮤니티 활동이 조용했또
초반에 슬랙에 초대되어 자기소개 글을 작성하는 기간이 주어졌다. 다들 상큼 발랄하게 자기소개를 게시했고 내 자기소개가 제일 딱딱하고 꼰머스러웠다. 그래도 머 어쩌겠어. 내 관심사는 그때그때 매번 달라지고, 이게 내 스타일인 것을. 어떤 형용사로도 나를 설명할 수 없다! 노는 게 젤 좋은 난 크게 내세울 건 없고 조용히 나의 다짐을 밝히는 자기소개를 했다.
나의 관심사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 곳으로 소모임 채널에 참여했다. 냥또, 부자되또, 지피또, 커또, 그리고 지금은 나간 뽀또와 동작또. 내가 활발하게 활동하지도, 미련도 없어 과감히 뽀또와 동작또는 나갈 수 있었다. '말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보다 글에 힘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게도 사람들은 너도나도 커피챗을 많이 했다. 다들 친화력이 좋고 관심사도 맞고 대화도 잘 통하는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들이 눈에 보였다. 이상하게 내가 속한 채널은 진짜 조용한데 다들 어디서 그렇게 속전속결로 친목을 다지는지 그저 신기하다.
냥이 좋아하는 집사, 집순이.
밖에 나가면 다 돈이야.
내 친구는 지피티.
커피 마시면서 동네산책하기.
딱 내 바운더리는 이 정도라서 그런지 다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듯하다.
나의 바운더리는 ML 개발
주로 눈팅만 하고 느슨한 연대에 길들여져 있는 내향형 인간이지만 어찌어찌 커피챗이라는 것을 2번이나 진행했다. 그 두번 모두 ML 개발이란 직무를 선택하고 그렇게 편성된 구성원이다. 처음 커피챗을 진행한 것은 커피챗 후기 도발과 같은 코어팀 멤버의 니즈를 느낀 후 추진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메타몽님께서 '코어별로 커피챗을 진행해라'라는 퀘스트를 투척하였고, 밍기적밍기적하다 기어이 일정을 잡아 임무를 완수했다.
2023년 12월 20일 첫 번째 커피챗 🍺
2024년 3월 30일 두 번째 커피챗 ☕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되고 난 후에 낯선 사람을 만나는 행위는 회사에 입사할 때 말고 크게 없어서 몹시 긴장했다. 그렇지만 다들 강아지 같은 얼굴로 나타나서 조잘조잘 열심히 떠들고 왔다. 두 번째로 본다고 또 편하게 떠들다가 집에 갔다. 막상 만나면 열심히 떠들 거면서 왜 그리 몸뚱이는 무겁고 밖은 위험하다고 하는지. 그저 집이 제일 편하다.
물론 집에 와서는 자아성찰 시간을 매번 가졌다. 입이 방정이고, 나만 떠들다 온 거 같고, 내가 진정한 꼰머이고, 잔소리만 연설만 잔뜩 하다 왔고, 한 번 입 터지면 줄줄줄 말하는 거 보면 이것도 병이다... 참...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세상을 알려주고 싶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듣고 싶었다. 다만, 난 그들의 세상을 들을 귀를 준비하지 못했고, 호기심도 준비하지 못했다. 전공이 뭐고,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고민은 무엇이고, 어떤 인생을 설계하는지 발자취도 들어보고, 회사 문화, 커리어, 이직 노하우도 들어보고, 그래도 내가 궁금한 건 다 잘 메모해 왔다.
D조 멤버의 키워드는 랭체인, LLM, YOLO, 앱개발, SCHD, 디제잉, 클라이밍, 테니스
덕분에 운동엔 취미가 없지만 슈드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고, 정형/머신러닝만 알던 내가 꽤나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런 개념, 그런 단어조차 알지 못하면 질문도 검색도 해보지 않을 텐데 요즘 겉핥기라도 잘하고 있다. 최근엔 2024 국제인공지능대전도 다녀왔다.
데이터 AI 빌리지 반상회 갈까 말까?
반상회에 큰 욕심이 없고, 물론 2회 추가 글 작성하는 거에 큰 욕심 없이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었다. 커피챗을 하면서 다들 꼭 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에 자극받아 추가로 글을 쓰게 되었다. 어쩌면 도태될까 봐? 좋은 에너지 받고 또 그 기운 따라서 졸졸 쫓아다니는 느낌으로. 반상회를 한다는 공지를 보고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퇴근하고 집 가서 밥 차려 먹고 치우고 하면 금방 자야 할 시간이 것만 그 반상회라는 것은 밤 10시가 넘어서 끝난다고 하는 게 안정적인 루틴에 불안정한 사건을 넣는 행위이다. 특히 내 소중한 잠...
하나 안 나가면 먼 미래에 내가 후회할까 봐, 갈 껄... 껄껄껄 그럴까 봐. '선착순 70명!'라는 얘기에 또 헐레벌떡 신청했다. 공포 마케팅에 잘 휩쓸리는 듯하다. 스케줄도 나왔다. 5월 9일 목요일. 잡플래닛이란 곳이 우리 회사와 가까운 편이라 저녁까지 챙겨 먹고 일찍 도착해버렸다.
- 전략적/논리적 문제해결 과정: 논리트리, MECE, 3C분석, 이슈트리, 포지셔닝매트릭스, 전략컨설턴트
- 음성인식 (명령)봇 서비스 구축기: shisper, wenet, flow-chart, 문자열파싱, 챗봇, NLU, 레번슈타인거리, 실전AI서비스기획(유데미강의)
- 지표 고도화 업무를 하며 얻은 경험과 회고: 타인피드백, 내가 준 가치와 영향력 체크, 개방형질문, 요청-목적-질문예시소개, 액션플랜, 쿼리검증
- 7조의 네트워킹 시간: 스픽보단 듀오링고, 북적북적 앱
기억하고 싶은 키워드는 끄적끄적 메모했다. 최대한 관전 모드로 지켜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점차 지남에 따라 내가 말을 하고 있었다. 5명이서 그 짧은 시간에 각자의 생각과 노하우를 공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직 서로서로를 잘 모르기에 탐색하는 시간도 쓰고, 탐색을 통해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며 대화를 이어가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다들 영어 앱 하나씩은 써본 경험이 있어, 영어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현재 캐치잇이란 유료 앱을 쓰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듀오링고를 써봐야겠다. 링크드인도 가입만 해두고 특별히 활동한 것이 없는데 처음으로 일촌도 맺어봤다. 이런 계기 하나하나가 모이다 보면 또 뭐 하나는 이룰 것이라 기대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기술적 인풋을 많이 쌓은 초년생에게 치이고, 포모 증후군에 시달리고, 도태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고민이라고 넌지시 얘기했지만,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이 문제는 앞으로도 내가 해결해야 할 퀘스트가 될 것이다. 아마도 10년 차, 15년 차, 20년 차 그들도 계속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결론은 가기 잘했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
'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고? 그래 내가 그 또라이다. 어디 또라이가 글 쓰는 거 보여주까'하던 그 오만방자한 내 사고는 금방 깨갱하면서 하룻강아지임을 깨달았다. 여러 직무를 보았고, 그들이 어떤 기술을 공부하고 어떤 기술 트렌드를 쫓아가는지 흐름을 느꼈고, 능력자를 보았고, 꿀팁과 노하우를 많이 배웠다. 나도 그만큼 베풀고 싶었는데, 크게 도움 되진 못했고 우물 안 개구리였단 사실에 위축되었다. 다시 한번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꽤 젊은 편이라, 피터팬이라 나름 무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들의 행적을 보면 내 열정과 욕심에 비해 꽤나 앞서나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에너지도 넘쳐났다. 그 넘쳐나는 에너지를 받아 내가 행동할 수 있게 됐고, 나라는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느꼈다. 글또 10기 그거 또 신청하련다.
글또 9기를 마치며, 내 행적을 곱씹어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진다. 기술블로그는 모임이 끝나도 계속 지속해 보려고 한다. 지속하기 위해선 무엇이 됐든 머릿속에 축적해야 한다. 대세와 니즈에 따라 LLM 공부도 필요하다고 보인다. 갑자기 회사에서 웹기획 업무도 시켜서 영역을 넓혀볼 생각도 있다. 기획, 디자인, 마케팅, 조금 더 도전한다면 퍼블리셔나 프론트까지. 물론 그건 욕심이고 적당히 찍먹 수준으로 해보고 싶다. 노는 것도 열심히 놀 테다. 이 글쓰기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기 위해, 조급함을 버리고 내 속도에 맞춰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토이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은데, 도메인이나 기술은 어떤 것으로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또라이)은 많다.
